역사단막극 희곡
"거울"
1940년대 동유럽 중산층의 집.
한 남자가 거실에서 “모차르트의 <마왕>”을 치고 있다.
박사 : 안녕하세요. 여러분. 혹시 오늘이 어떤 날인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?
모차르트 생일이요? 아닙니다. 제 생일이요? 그것도 아닙니다.
오늘은 여러분과 제가 역사의 그날을 마주하는 날입니다.
누군가 말했죠? 세상에는 가장 중요한 금이 세 가지 있다고요.
하나는 소금, 두 번째는 황금, 세 번째는 연금?
하하 농담입니다. 이렇게 썰렁할 수가 예상보다 더 뻘쭘하네요.
정답은 바로 지금입니다.
여러분이 저와 마주하는 지금 이 순간 과거로 돌아가서 직접 경험한다면 어떨까요?
책 속의 역사가 아닌 여러분들의 삶의 한 부분으로 말이죠.
무대 밖에서 불빛 두 번 깜빡인다.
박사 : 연극 무대 준비가 다 되었군요.
그럼 폴란드에서 극찬을 받았던 “거울”의 연극 관람을 시작해볼까요?
당신이 주인공이라면 어떤 삶을 살았을까 생각하면서 말이죠.
자, 공연 시작합니다.
1막
센들러 : 정말 대단해. 네 글을 읽다 보니 폴란드의 백년의 역사가 한눈에 보여.
위젤 : 다 네 덕분이야.
센들러 : 무슨 너의 글 솜씨는 정말이지 부럽다. 집필 시작한 지 몇 달도 되지 않아 완성에 다다르다니.
위젤 : 다 좋은 스승 덕분 아니겠어.
센들러 : 누구? 나?
위젤 : 이제 마지막 문장만 완성한다면 대단원의 막을 마칠 수 있을 거야.
센들러 : 그 영광의 순간이 곧 돌아오기를.
위젤 : 그래서 말인데 센들러. 부탁 하나만 할 수 있을까?
센들러 : 무슨 부탁?
위젤 : 이 책의 서평을 부탁할게.
센들러 : 서평? 너무 부담되는 부탁인데.
위젤 : 너였으면 해, 이 책의 첫 독자가.
센들러 : 그런 눈으로 보지 마, 위젤. 그런 눈빛은 남자한테 보내는 게 아니라고.
위젤 : 농담 아니야.
센들러 : 알겠어, 알겠다고. 나도 생각 좀 해보자. 나도 서평은 처음이고 또 너무 뜻밖이라 그래.
위젤 : 아주 멋진 추억이 될 거야.
센들러 : 제발 그래야 할 텐데. 참, 그 소식은 들었어?
위젤 : 무슨 소식?
센들러 : 지금 히틀러 집권 후 독일 사람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하더라고.
위젤 : 패전국의 자존심 되찾기 운동이라도 하겠다는 건가?
센들러 : 모르지, 다만 우리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돼.
위젤 : 그런 일이 없길 기도해야지, 또다시 참혹한 전쟁의 소용돌이로 빠지지 않게 말이야.
센들러 : 이런, 벌써 시간이 늦었네. 난 이만 가볼게.
위젤 : 그래, 내 부탁 잊지 마.
센들러 : 마지막 문장이나 잘 마무리해, 그 문장을 보고 결정할 테니까.
위젤 : 좋아, 기대하라고.
센들러 : 수고해.
위젤 : 잘 가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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